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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해석 포함 명작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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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of article content: Articles about [작품 해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해석 포함 명작 고전 [독서노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책을 먼저 읽으시고 아래 해석을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작품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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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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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해석 포함 명작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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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성숙(mature)의 의미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만나는 어른의 세계
“이런 법칙이 있어. ‘사랑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라는 법칙.”
“누가 그런 소리를 했죠?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 그게 같은 얘기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1951)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의 수학교수였던 루이스 캐럴이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던 중에 지인의 딸들을 위해 즉석으로 지어낸 이야기이며 앨리스는 그 딸들 중 한 명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후 줄거리에 작가가 전하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들을 담아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모험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소설 초판본
일곱 살 앨리스는 언덕 위에서 책을 보고 있는 언니 곁에서 홀로 지루해하다 언니의 무릎에 누워 잠이 든다.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는 앨리스의 꿈속의 원더랜드(wonderland)이지만, 앨리스는 꿈인지도 모르게 깊이 빠져든 원더랜드에서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상황들을 스스로 헤쳐 나아가 야만 한다.
시계토끼가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것과, 미치광이 모자장수가 근대화에 따른 산업재해의 수은중독을 의미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알려진 캐릭터들이 내포하는 의미이다. 그 외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상징들이 등장하는데, 독자들은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특히,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징적 의미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해석을 다양하게 하고 있으나, 분명한 건 소설이 주는 상상적 에너지가 매우 강렬하여 독자들의 해석이 다양해지며 , 큰 틀에서의 스토리 전개 는 개인 성찰과 사회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사회와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 , 즉, ‘성숙’의 의미와 가치 를 독자가 스스로의 방식으로 그 답을 찾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용 전개의 구성이 매우 치밀하고, 그 내포하는 의미가 날카롭다고 느꼈다. 또한 때때로의 과격함도 있어, 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해석해보고 싶은 강한 끌림이 있다 」
‘토끼굴’이라는 공간적 설정
앨리스가 시계토끼를 따라간 곳에는 토끼굴이 있 다. 토끼굴로 들어간 앨리스는 깊숙하게 절벽 아래로 떨어지듯 구덩이 밑으로 끝없이 추락하며 내려간다. 그리고 그 끝에는 다른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딸린 방이 있다. 열쇠 구멍을 통해 저 너머의 공간을 훔쳐본 앨리스는 저 문 너머에 환상과 같은 세계가 있음을 확인한다. 토끼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어간 곳, 그곳에는 앨리스가 기대하는 멋진 세계가 기다릴 것 만 같다.
환상의 세계가 있는 토끼굴은 곧 ‘ 구덩이 ‘ 다. 구덩이는 밑으로 추락해서 맞이하는 공간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원더랜드는 꿈과 희망과는 반대되는 부정적인 공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어른의 세계’, 어린 앨리스가 커서 맞이하게 되는 현실의 공간으로, 당시의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며, 그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간 이다.
그 공간적 설정으로부터, 작가가 소설로부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어린아이가 커서 맞이하게 될 어른의 세계, 현실, 그 안의 부조리와 아픔. 이를 일곱 살 앨리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해석으로, 그 해석은 어른들에게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이와 어른의 실수의 차이
앨리스는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열쇠 구멍을 통해 보이는 멋진 세상으로 입장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키가 작아, 열쇠로 문을 열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는 신체적 인 그리고 정신적인 한계를 의미하고 있다. 앨리스는 키가 커지는 약과 작아지는 약을 마시기를 반복하며 구멍 넘어 보이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수로 답답해진 앨리스는 거대해진 몸 상태에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어느새 바닥은 홍수 같은 눈물로 앨리스의 발목을 적신다. 다시 약을 먹고 작아진 앨리스는 그 울음바다에 풍덩 빠지는 신세가 된다. 이는 아이의 눈물은 실수가 되지 않지만, 어른의 눈물은 스스로를 깊은 물 에 빠지게 하는 ‘큰 실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어른의 실수, 그 실수의 반복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
모든 모험은 첫걸음이 필요로 하지.
자신의 모습을 열쇠 구멍 사이에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맞추는 서투름의 과정을 통해서, 앨리스는 실수를 줄여나가는 방법, 예정 없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침착하게 맞이하고 대비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배움을 통해서 실수를 줄여나감으로 어린아이의 서투름은 극복된다.
키가 커지고 작아짐의 의미
한편, ‘몸이 작아졌다 커지는 것’은 ‘이상한 나라(원더랜드)’에서 앨리스가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행위였다. ‘ 신체적인 성숙’은 언제나 ‘정신적인 성숙’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한편으로 우리는 ‘신체적인 성숙’과 함께 ‘순수함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한다.
몸을 크게 키워, ‘열쇠로 문을 열고’ 입장하려 했던 앨리스의 계획과는 달리, 앨리스는 문을 열지 못하고, 몸이 매우 작아진 상태에서 문의 ‘열쇠 구멍’으로 환상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는 앨리스가 ‘순수’를 간직한 채, 어른의 세계에 입장하게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열쇠’와 ‘열쇠 구멍’이라는 것은,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기 위한 통과 의례와 같은 것인데, 순수성의 상실, 혹은 지혜, 성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순수는 성숙, 지혜와 반대되는 말일까?
어쨌든, 어린이로 들어서게 된 어른의 세계. 그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내포하고 있는 포괄적인 주제라고 생각했다.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할까? 어린이가 가진 순수함과 배움에 대한 태도 , 용기는 어떠한 가치로 드러나게 될까?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순수’와 ‘성숙’ 또는 ‘지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어른의 세계, 현실을 대하는 우리 ‘스스로의 태도’와 스스로가 ‘추구하는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이러한 가치들의 경중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이러한 갈등과 훈련, 경험에 따른 성숙으로의 ‘가치 정립’이 가능해진다.
몸이 커지고 작아짐을 반복하면서 각각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조절해가는 것으로 마침내 몸과 정신은 올바르게(at right time, with right place and reason) 쓰인다.
성숙의 도달. 이를 위해 가치의 경중을 따지고 정립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소설이다.
아이유 ‘스물셋’ 뮤비
아이유의 스물셋 뮤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였다. 그녀의 노래와 뮤비는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성숙의 ‘가치판단’을 담아냈을까? 아이유 뮤비는 아이유가 앨리스로, 그리고 그녀가 맞닥뜨리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이 담겨 있으므로, 스물셋 아이유의 삶에 대한 가치판단 적 요소들이 숨겨져 있는지도 찾아볼 수 있다.
스물셋, 그녀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어린 나이인지, 적당한 나이인지, 많은 나이인지. 그 기준이 되는 것 또한 무엇인지 스스로 정립해 내지 못하고 있다 . 방황하는 그녀는 시계토끼를 따라 환상의 세계로 접어든다.
뮤비는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으나, 심도 있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가지는 사회 비판적 태도 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 순수성과 유연성의 강조 등을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앨리스’, ‘꿈 속’, ‘무엇이라도 가능할 것 같은 신비하고 이상한 곳’, ‘방황하는 그녀에게 어디로든 가라고 말하는 체셔 고양이’ 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상징들을 가져와서 뮤비를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지만, 아이유의 내면의 성장, 또는 이를 통한 극복과 메시지를 깊게 담아내지는 않고 있다.
스물셋의 그녀는 케이크를 맛보고는 깊은 잠에 빠져 시계토끼를 따라 환상의 세계로 건너간다. 그녀는 그 세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무얼 정말 원하는지를 찾아보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색안경’이라고 선 긋는다. 그녀의 가사는 의외로 ‘방어적’이다. 동시에 꽤 ‘자극적’이다. 직접적이면서 추상적이고 , 그래서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그러나 ‘ 사랑과 돈 ‘ , ‘ 자유와 일 ‘ , ‘ 좋음과 싫음 ‘ , ‘ 선택과 포기 ‘ , ‘ 우유와 물 ‘ . 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함께이지, 비교되는 개념이나 대조되는 개념은 아니다. 가치판단이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가치의 경중을 따져보며 시시 때때에 맞는 유연함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가사를 대중적으로 잘 쓰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가사를 쓰기는 하지만, 가사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다. 전자는 타고난 감성과 재능, 노력과 열정이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깊지는 않다. 후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무엇이 옳은지를 찾아가며 사회에 보탬이 되려 노력한다.
생각해 보면 엄청난 차이, 깊이가 다르다.
솔직하고 당당한 가사로 발매 당시 많은 논란을 낳 은 것으로 아는데, 스물셋 그녀의 진정성을 담았다기보다는 어쩌면 바람(wish)을 담은 곡이라고 느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이런 태연함과 여유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바람. 그녀가 메시지를 담았다기보다는 어찌 보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담은 그런 곡이다.
노래에서 그녀는,
자신은 속마음을 들키지 않은 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자신은 여우도 아니고 곰도 아닌데,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자신을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마음대로 행동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녀도 그 사람들을 믿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말한다.
“나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건지,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데 꼭 선택해야 하나?” 그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다만,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며, 자신은 그들이 말하는 어떤 모습이라기보다는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감도 있으며 그래서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소통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돼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이 보는 나와 나 자신이 다르지 않다고 상상하라”.
‘남이 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 되도록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멋지게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순수성으로 입장하는 어른들의 세계
과거는 바꿀 순 없지만,
교훈은 얻을 수 있지.
앨리스는 결국 몸이 아주 작아진 채, 자신이 쏟아 낸 눈물바다를 타고 열쇠 구멍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입장하게 되는데, 이때 앨리스는 쥐와, 벌레, 하찮은 동물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열쇠 구멍을 통과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에는 다양한 ‘동물’들과 ‘짐승’들이 나오는데, 이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찮은 동물을 대하면서도 차별 없는 어린이의 ‘순수성’을, 한편으로는 ‘동물’과 ‘짐승’으로 표현되는 ‘어른’의 모습을 담고 있다 .
앨리스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이상한 나라를 계속해서 모험하게 된다. 앨리스가 모험 도중 만나게 된 ‘3월의 토끼’와 ‘모자장수’, 그리고 ‘겨울잠 쥐’는 당시 사회의 병약한 어른들의 모습이다. 발정 난 토끼, 수은중독에 걸린 모자장수, 잠에 취해있는 겨울잠 쥐는 그들끼리 모여 다과회를 하며,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나가는 길 좀 가르쳐 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어디든 상관이 없는데..”
“그럼 아무 데나 가면 되지”
“어디든 도착하기만 한다면..”
“그럼 넌 분명히 도착하게 되어 있어. 오래 걷다 보면 말이야”.
앨리스의 모험 도중에 앨리스가 길을 헤매거나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는 앨리스의 내면의 ‘용기’를 의미한다. 체셔 고양이는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일종의 순간이동을 할 수 있으며, 몸 전체가 왔다 갔다 하는 것뿐 아니라 한 장소에 몸의 일부만 나타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앨리스의 성숙으로의 ‘가능성’과 ‘희망’을 의미 하기도 하는 체셔 고양이는 때로는 엘리스의 길을 인도하고, 앨리스의 선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트 여왕과 트럼프로 보여주는 권력층의 모습은 ‘카드게임’같은 어른들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패(권력)를 가진 사람들과, 패를 가진 사람들 간의 합으로 더 거대한 권력을 만들어 내는 일에 몰두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패를 감추고, 또는 확실하게 드러내며 때때로의 야비함과 공포감을 주는 모습이다. 그들은 고작 여왕의 ‘타르트를 누가 먹었느냐’에 대한 재판에 열을 낸다. 그 누구도 여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자 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의 능력은 없고,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절대권력과 굴 종이 있는 모습이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독재자, 하트 여왕의 ‘타르트를 누가 훔쳐 먹었는지’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서게 된다. 앨리스는 증언 도중에 ‘버섯’을 먹고 몸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에 하트 여왕은 물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겁을 먹고 앨리스에게 다 같이 덤벼드나, 앨리스 는 몸이 이미 압도적으로 커져 있는 상태이다. 이는 더 강한 것(power)에 불종하고 편승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무조건적인 수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엘리스는 그 순간 잠이 깨며, 자신이 친언니의 무릎에 대고 잠이 들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눈을 뜨고,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빛나는 언니의 얼굴이 보인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
• 꿈속에서 맛본 어른들의 세계, ‘순수함’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 ‘성숙’이란 정말 어떤 것일까? 순수와 반대되는 개념일까?
•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는 지혜와 연단, 그것이 ‘성숙’이 아닐까?
• 몸만큼 정신도 성숙하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순수함과 유연함 .
그러한 힘으로 무장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번역: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제1장
제1장
토끼굴 속으로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자니 점차 몹시 지루해졌다. 언니가 읽는 책을 한두 번 흘깃 보았는데 거기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었다. 앨리스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으면 책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일어나 데이지 꽃을 꺾는 수고로움이 데이지 꽃을 엮는 즐거움보다 클지 속으로 생각해보고 있었다. (뜨거운 날씨 때문에 몹시 졸리고 바보가 된 느낌이라서 당연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분홍 빛 눈의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앨리스를 지나쳐 뛰어갔다.
그 광경에 딱히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었다. 심지어 토끼가 “에구구! 에구구! 너무 늦겠네!”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도, 앨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에야 당연히 이 시점에서 놀랐어야 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때는 너무도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토끼가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어 본 후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앨리스는 이전에 조끼를 걸치거나 그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는 토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앨리스는 호기심에 불타올라 토끼를 쫒아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토끼가 생울타리 바로 밑의 큰 토끼굴로 쏙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굴로 뛰어들고 있었다. 어떻게 다시 빠져 나올 것인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토끼굴은 터널처럼 곧게 이어지는듯 하더니 갑자기 아래로 푹 꺼져버렸다. 멈추어야 겠다는 생각조차 할 시간이 없이 갑작스러워서,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 앨리스는 이미 아주 깊은 우물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우물이 깊어서인지, 아니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앨리스는 주위를 둘러보고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가장 먼저, 앨리스는 아래를 보고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 건지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옆으로 눈을 돌려 우물 벽이 찬장과 책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도며 그림들도 여기 저기 걸려 있었다. 앨리스는 아래로 내려가는 도중에 한 선반에서 “오렌지 마멀레이드”라고 쓰인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몹시 실망스럽게도 병 안은 텅 비어있었다. 앨리스는 병을 그냥 떨어뜨리면 아래에 있는 혹시 누가 맞아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떨어지면서도 간신히 다시 찬장에 병을 집어넣었다.
“이 정도로 떨어져 봤으니, 이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건 아무 것도 아니겠는걸! ” 앨리스는 생각했다. “가족들이 모두 내가 얼마나 용감하다고 생각하겠어! 아니, 내가 우리집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난 그냥 별 것도 아닌양 아무 말도 안할꺼야!”(이건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앨리스는“지금까지 내가 몇 마일이나 떨어진 거지?”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아마 지구 가운데로 가까이 가는 중일거야. 어디 보자, 아마도 4천 마일 쯤 내려온 것 같아 – ”(이처럼, 앨리스는 학교 수업 시간에 이런 류의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다. 물론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지식을 자랑하기에는 매우 좋은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말하는 것은 좋은 연습이 된다.) “그래, 대략 그 정도 거리 일거야. 그러면, 내가 있는 곳의 위도와 경도는 어떻게 나타내지?”(앨리스는 위도나 경도가 뭔지는 하나도 몰랐다. 그저, 말하기에 아주 근사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곧장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구를 곧장 뚫고 지나가는 건지도 모르겠어!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걷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불쑥 나타나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일까! 반감자들이겠지.”(앨리스는 이번엔 듣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절한 단어같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곳이 어느 나라인지는 물어봐야 할 거야. 실례합니다, 아주머니, 여기가 뉴질랜드인가요? 아니면 오스트레일리아인가요?”(이렇게 말하면서 앨리스는 무릎을 굽혀 예의바르게 인사하려고 했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허공에서 무릎을 굽히는 멋들어진 인사라니! 당신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러면 나를 얼마나 무식한 여자애라고 생각하겠어. 아니지, 절대 물어보지 않을거야. 아마 나라 이름이 적혀 있는 곳은 없는지 찾아봐야겠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딱히 달리 할 게 없어서, 앨리스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밤에 다이나가 날 무척 그리워하겠지. 그렇고 말고!”(다이나는 고양이이다.) “티타임에 다아나에게 우유 주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는데. 내 사랑스러운 다이나야! 너도 여기 같이 내려 왔으면 좋았을걸. 공중에 쥐가 없긴하지만, 박쥐는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건 쥐랑 아주 비슷하잖아. 근데 고양이가 박쥐를 먹나?”앨리스는 약간 졸음이 와서 마치 꿈을 꾸는 듯이“고양이가 박쥐를 먹나? 고양이가 박쥐를 먹나?”하고 중얼거렸다. 가끔은 “박쥐가 고양이를 먹나?”하고 말하기도 했지만. 앨리스는 두 질문 모두 답할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앨리스는 깜빡 잠이 들고 있었고, 급기야 다이나와 손을 잡고 산책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꿈에서 다이나에게 사뭇 진지하게 “다이나야, 이제 사실을 말해줘. 박쥐를 먹어본 적 있니?”하고 물었다. 그 때 갑자기, 쿵! 쿵! 소리를 내며 앨리스는 나무가지와 마른 잎 뭉치에 떨어졌다. 다 내려온 것이었다.
앨리스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앨리스는 곧바로 두 발로 깡총 뛰어 일어섰다. 위를 올려다 보았지만 온통 어둠 뿐이었다. 앨리스 앞으로는 긴 통로가 있었는데, 흰 토끼가 아직 거기에서 허둥지둥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흰 토끼는 사라져버렸다. 앨리스는 바람처럼 쫓아갔지만 흰 토끼가 모퉁이를 돌며 이렇게 말하는 것만 들었을 뿐이었다. “아이고, 내 귀야, 수염아. 늦겠다 늦겠어.”앨리스는 흰 토끼를 바짝 쫓아 모퉁이를 돌았지만 더 이상 흰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어느새 자신이 천정에 램프가 줄지어 달린 아주 긴 복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도 주변에는 여러 개의 문이 나 있었지만 모두 잠겨 있었다. 앨리스는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모든 문을 열어 보려 했지만 열리는 문은 없었다. 앨리스는 어떻게 하면 다시 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힘없이 복도 가운데로 돌아왔다.
문득 앨리스는 다리가 셋 달린 탁자에 다다랐다. 탁자는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아주 작은 황금 열쇠가 있었다. 처음에 앨리스는 이 열쇠로 여기 있는 문을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 자물쇠가 너무 크거나 열쇠가 너무 작았다. 이 열쇠로는 어찌해도 복도를 둘러싼 문을 열 가능성은 없었다. 앨리스는 다시 한 번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다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커튼을 발견했다. 그 커튼 뒤에는 높이가 고작 15 인치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문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황금 열쇠를 넣어보았더니, 기쁘게도 딱 맞았다!
앨리스는 문을 열고 안을 보았다. 그 문은 작은 통로로 이어져 있었는데, 쥐 구멍보다 그리 크지 않은 정도였다. 앨리스는 무릎을 꿇고 통로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통로는 난생 처음보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앨리스가 얼마나 어두운 복도에서 나가 꽃들이 활짝 핀 정원을 거닐고 싶었했던지. 하지만, 그 문에는 머리도 집어넣을 수 없었다. 불쌍한 앨리스는 “내 머리가 지나간다고 해도 어깨는 도저히 못 넣겠는 걸. 어깨가 없으면 머리가 무슨 소용이야. 아, 내가 망원경처럼 접힐 수 있으면 좋겠네. 처음에 어떻게 접는지만 알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하고 생각했다. 너무나 많은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바람에, 앨리스는 점차 불가능한 것이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문 옆에서 기다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앨리스는 혹시 다른 열쇠는 없는지 기대하며 테이블로 돌아왔다. 아니면, 적어도 사람 몸을 망원경처럼 접을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책이라던가. 이번엔 탁자위에 작은 병이 하나 있었다. (앨리스는 “이건 아깐 없었는데”하고 말했다.) 병목에 걸린 종이 표지에는 크고 아름다운 글씨로 “날 마셔요”라고 적혀 있었다.
병에는 알기 쉽게 “날 마셔요”라고 적혀 있지만, 영리한 앨리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먼저 좀 살펴보고.”하고 앨리스는 말했다. “어딘가에 ‘독’이라고 적혀있는 건 아닌지 봐야지.” 앨리스는 어린이가 불에 데였다거나, 짐승에게 잡아먹혔다거나, 아니면 다른 좋지 않은 일을 당하는 이야기 몇 개를 읽은 적이 있었다. 모두 이전에 배운 간단한 규칙을 기억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예를 들어, 발갛게 달아오른 부지갱이를 잡고 있으면 불에 데게 되고, 손가락을 칼에 너무 깊게 베면 피를 흘리게 된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앨리스는 ‘독’이라고 쓰인 병에 든 것을 마시면 조만간에 몸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 어디에도 ‘독’이라고 적혀있지는 않았다. 때문에 앨리스는 용감하게 우선 맛을 보았다. 맛이 좋았기 때문에 (버찌 타르트, 커스타드, 파인애플, 구운 칠면조, 땅콩 사탕, 버터를 바른 따끈한 토스트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맛이었다.) 앨리스는 곧 단숨에 병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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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느낌인걸! 내가 망원경처럼 접히고 있나봐”앨리스가 말했다.
정말 그랬다. 앨리스는 이제 작게 줄어들어 키가 10 인치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문을 지나 아름다운 정원으로 갈 수 있는 딱 맞는 크기가 되었다는 생각에 앨리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앨리스는 몸이 더 줄어들지는 않는 지 먼저 몇 분 동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앨리스는 그럴까봐 약간 걱정하고 있었다.“양초처럼 완전히 다 없어져 버리면 어쩌지? 그러면 내가 어떻게 보이려나?”하고 앨리스는 말했다. 그러면서 앨리스는 초를 끄고나면 불꽃이 어떻게 보였던지 기억해내려고 했지만,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조금 후에도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자, 앨리스는 정원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문 앞으로 간 앨리스는 딱하게도 작은 황금 열쇠를 탁자 위에 그냥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탁자로 돌아왔지만, 앨리스는 열쇠에 손이 닿지 않을거란 걸 깨달았다. 유리 탁자 너머로 열쇠가 분명히 보였지만, 기어 올라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탁자 다리는 오르기에 너무 미끄러웠다. 지쳐버린 앨리스는 주저 앉아 울었다.
“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이제 그만 울음을 그쳐.” 앨리스는 스스로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앨리스는 자주 자신에게 조언하거나 (그 말대로 실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만.) 종종 자신을 다그쳐 눈물을 그치게 했다. 한 번은 마치 둘이서 하는 것처럼 혼자 크로켓 게임을 하다가 자신에게 속임수를 쓴 댓가로 자기 뺨을 올려붙인 적도 있다. “하지만 둘인 것처럼 하는 건 지금은 쓸모 없잖아. 왜 나는 한 사람으로 충분하지 못한거야.”하고 불쌍한 앨리스는 생각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앨리스는 탁자 밑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안에는 작은 케이크가 들어 있었고 케이크 위에는 건포도로“날 먹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좋아, 먹어주지. 만약 이걸 먹고 내가 커지면 탁자 위에 놓아둔 열쇠를 가지면 되고, 더 작아져 버린다면 문틈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정원으로 갈 수 있겠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앨리스는 케이크 한 조각을 베어 먹고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일까?” 그러면서 앨리스는 자기 머리에 손을 대고 키가 커지는지 아니면 작아지는지 보았는데, 놀랍게도 키는 그대로였다. 케이크를 먹는다고 키가 커지지 않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앨리스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 말고는, 일반적인 따분하고 심심한 일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앨리스는 재빨리 케이크를 다 먹어버렸다.
[Review]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끝까지 읽어본 사람? [도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이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소개시켜 주시길.) 우리에게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2010년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으로 아주 익숙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서브컬처와 굿즈 등으로 생산되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년작)
코바야시 야스미 <앨리스 죽이기>
일본 디즈니 스토어 상품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 명성에 비해 정작 원작 소설을 끝까지 다 읽어본 사람은 (필자 주변에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이 작품을 시도해 봤다가 몇 챕터 만에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다. 제목대로, 이 작품 속 인물들의 대화나 스토리 전체가 너무나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매번 새로운 디자인과 번역으로 계속해서 출간되는 고전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이 작품에 매료된다. 스토리를 끝까지 다 읽고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면서 왜 이 소설은 계속해서 새로 출간되는 걸까? 이 작품의 어떤 힘이 독자들을 열광케 하는 걸까?
약 10년 만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윌북 출판사의 신간 버전으로 읽어 보았다.
이전에 윌북 출판사가 내놓은 ‘애나 본드’ 일러스트레이터의 <조의 아이들> 디자인에 이미 한번 몹시 끌렸던 나는, 동일 삽화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뤄왔던 숙제를 마칠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애나 본드만의 컬러풀한 색감과 고유의 그림체는 나를 매력적인 원더랜드(wonderland)로 별 무리 없이 이끌었다. 이 익숙하지만 낯선, 이상한 세계로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1. 작가 ‘루이스 캐럴’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1832-1898)
186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수학과 교수로 지내던 작가 ‘루이스 캐럴’은 학장인 리델의 어린 세 딸들과 함께 뱃놀이를 나간다. 꼬마 숙녀들은 캐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고 캐럴은 둘째 딸 앨리스를 실제 주인공으로 삼아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때 탄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후 책으로 출간된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른한 오후, 책만 읽는 언니를 바라보며 지겨워하던 소녀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들고 뛰어가는 말 하는 토끼를 발견하고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는 물약이나 음식을 먹고 몸이 커졌다 작아지거나, 동물들을 만나 황당한 대화를 하게 되는 등 온갖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한 마디로 이상한 동물과 사람들을 만나 이상한 일들을 겪다 꿈에서 깨어나는 이상한 이야기다.
게다가 이 이상한 나라에서 나누는 대화들은 그냥 읽어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내용이 대다수다. 심오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모든 대화들이 영어 원문으로 치밀하게 짜인 언어유희와 농담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전략)…and the twinkling of the tea-‘ …그리고 찬란한 차-‘ ‘The twinkling of what?’ said the King. ‘찬란한이 뭐?’ 왕이 말했다.’ ‘It began with the tea.’ the hatter replied. ‘차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모자장수가 대답했다. ‘Of course twinkling begins with T!’ said the King sharply. ‘물론 ‘찬란한’은 ‘T’로 시작하지!’ 왕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 외에도 체셔 고양이를 보고 앨리스가 하는 말인 “Was it a cat I saw?”(내가 본 게 고양이었던가?)는 거꾸로 읽어도 같은 문장이 되는 회문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 소설은 당시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풍자가 넘쳐난다. 미친 다과 모임은 귀족들끼리 즐기는 ‘그들만의’ 티타임 문화를, 독선적인 하트 퀸은 빅토리아 여왕을, 시계 토끼는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작품 전체가 이러한 말장난과 언어유희, 당시 시대에 대한 풍자로 넘쳐나니 이를 현재의 시점에서 번역본으로 읽고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난해한 대화 속에서 어떠한 상징이나 교훈을 찾으려 했던 이들은 당황하게 될 것이다.
2. 길을 잃는 숙명의 원더랜드(wonder land)
나 역시 교훈을 찾고자 단단히 각오를 하고 토끼 굴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모험이 끝나고 말았다. 그때 교훈을 찾아대던 공작부인과 앨리스의 대화가 생각났다.
“쯧쯧, 이 세상에 교훈이 없는 건 없어! 네가 찾지 못할 뿐이지.” 공작부인이 말했다. (…) 공작이 뾰족한 턱으로 앨리스의 어깨를 깊이 찌르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그 교훈은 ‘쥐뿔 모아 재산’이라는 거지.” ‘이 분은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교훈을 찾으시네!’ 앨리스는 생각했다.
저자인 캐럴도 교훈을 주기 위해 책을 쓰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애초에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쓴 책이기 때문이다. 토끼를 쫓다 길을 잃은 앨리스처럼 책에서 자유롭게 길을 잃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이고 황당무계한 상상들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일이다.
시종일관 던지는 농담은 그곳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는 아이들의 순수함처럼 오로지 ‘재미’로만 가득하다. 길을 잃는 숙명의 원더랜드에서, 이 독자는 익숙한 어른의 방식으로 이상한 나라를 해석하려 든 것이다.
“그래서 언니는 눈을 감고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물론 눈은 곧 다시 떠야 하고, 그러면 모든 것이 지루한 현실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 여왕의 날카로운 고함은 목동의 목소리가 되고, 아기의 재채기와 그리핀의 비명과 다른 기이한 소리는 모두 바쁜 농장의 혼란스런 소음으로 바뀔 것이다.” (182p) “마지막으로 언니는 어린 동생 앨리스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내내 어린 시절처럼 소박하고 다정한 마음을 간직한 모습. (…) 자신의 어린 시절과 행복했던 여름날을 기억하며 아이들의 소박한 슬픔을 함께 느끼고 소박한 기쁨을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182p)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때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던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 교훈을 찾으려 드는 공작부인이나 형식적인 골무 수여식을 하는 도도새처럼 앨리스의 시선으로 볼 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어른의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또, 어른의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한때 우리 것이었던 티 없이 맑은 아이의 마음을 가진다면 다시 원더랜드에 갈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기 때문에.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 낯설고 이상한 세계를 여행한다. 우리는 매일 일상의 여행을 떠나며 사는 존재이기에, 이 ‘이상한 나라’로의 모험은 매번 새로울 것이며 이 매력적인 고전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설 것이 분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
지은이
루이스 캐럴
그림
애나 본드
옮긴이 : 고정아
출판사 : 윌북
분야
영미소설
규격
188*245mm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12월 24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5581-326-3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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