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드디어 지름각?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요새는 그래픽카드를 암호화폐 채굴 같은 엉뚱한 용도로 쓰는 사람이 많아서 물건을 구하기가 어렵단 말이지. 이러니까 나처럼 선량하게 컴퓨터를 쓰는 해커들이 피해를 입는 거라고.”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 속 해커로 등장하는 오마가리 하레의 명대사다. 개발 시기를 생각하면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이어진 채굴대란을 염두에 둔 대사였겠지만… 국내에 게임이 출시된 2021년 11월에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게임 속에서도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대란은 소비자에게 큰 불편을 주었다. [출처-블루 아카이브]
다행히 이번에는 좋은 목적으로 그래픽카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2~3월부터 하늘 높은 줄 몰랐던 그래픽카드 가격이 상당 부분 안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그래픽카드 구매에 있어 최적의 시기일까? 한번 살펴보자.
그동안 혼돈 그 자체였던 그래픽카드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겨울에 고점 찍은 그래픽카드 가격, 서서히 하락세
국내 그래픽카드 가격은 겨울에 최고점까지 치솟다가 1월부터 서서히 하락세로 전환하는 추세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MSI 지포스 RTX 3080 슈프림 X D6X 10GB 트라이프로져2S LHR은 작년 12월 말 들어 약 220만원대까지 치솟다가 서서히 가격이 하락하더니 4월 19일 기준으로는 약 121만원대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봄철이 되면서 40% 이상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이는 엔트리급 그래픽카드에서도 드러난다. MSI 지포스 RTX 3060 게이밍 X D6 12GB 트윈프로져8의 경우 작년 12월 말에는 약 95만원에 달했으나 4월 19일에는 약 5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저렴해진 것은 변함이 없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어떨까? 에누리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라데온 그래픽카드인 GIGABYTE 라데온 RX 6600 EAGLE D6 8GB 피씨디렉트는 2021년 연말 들어 70만원대에 가격대가 형성되었으나, 4월 19일에는 약 42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칩셋을 가리지 않고 가격 안정세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채굴에서 해방된 그래픽카드
이렇게 그래픽카드 가격이 내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래픽카드가 채굴장에 끌려갈 일이 줄어든 것이 크다. 그래픽카드가 암호화폐 대신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 AI 개발 등의 재미 있거나 생산적인 일에 투입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비트코인과 함께 대표적인 암호화폐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그동안 복잡한 연산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채굴보상을 주는 ‘작업증명’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했고, 자연스레 채굴 목적으로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그래픽카드 업체에서 공공연히 이더리움 채굴 성능을 강조할 정도였다.
이더리움은 전력소모가 적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지분증명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편할 예정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들어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을 예고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지분증명은 암호화폐 보유량이 많은 사람에게 블록체인 생성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작업증명처럼 컴퓨터 연산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더 이상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장만할 필요가 없어짐을 의미하고, 게이머나 전문가와는 상관없는 수요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더리움을 필두로 많은 암호화폐가 지분증명 방식을 사용한다면, 이렇게 채굴용으로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이유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출처-블루 아카이브]
생각보다 빨리 그래픽 칩셋 공급난 해소
지난 1월, 콜렛 크레스(Colette Kress)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래픽카드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하반기에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1분기 들어 실제로 그래픽카드 공급난이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측의 해석이다.
우선 칩셋 가격이 저렴해졌다. 해외 IT전문메체 WCCF테크(WCCFTech)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PC 제조사에 제공하는 그래픽 칩셋 가격을 8~12% 인하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러시아와 동유럽 쪽에 판매될 예정이던 그래픽카드 물량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재분배된 것도 그래픽카드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더 하락할 가능성 있다?
4월 18일(현지시간) 독일 IT매체 3D센터(3DCenter)는 4월 들어 엔비디아 지포스 30 시리즈 그래픽카드 가격이 MSRP(권장소비자가격)의 +19%까지 내려갔다고 밝혔다. 한때 MSRP의 3배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저렴해진 것이다. AMD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가격도 MSRP의 +12%까지 하락했다.
그래픽카드 가격은 출시 당시 제시됐던 MSRP에 점점 근접해가고 있다. [출처-3DCenter]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도 그래픽카드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먼저 올해 신규 그래픽카드가 등장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에 에이다 러브레이스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 RTX 40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며, AMD도 RDNA 3 아키텍처 기반의 라데온 RX 7000 시리즈를 선보일 전망이다. 신규 그래픽카드가 등장한다면 당연히 기존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카드 시장의 양강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인텔은 오는 2분기에 데스크톱 PC를 위한 Arc 그래픽카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이 그래픽카드의 성능과 가격은 알 수 없지만, 그래픽카드 구도가 2강에서 3강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격 인하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인텔 Arc가 데스크톱 그래픽카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업체들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암호화폐 변화 속도, 중국발 반도체 대란 등 변수 남아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먼저 이더리움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가 얼마나 빠를지가 변수다. 지분증명 방식을 통한 알고리즘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에 언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이 다시금 폭등한다면 채굴을 위한 그래픽카드 수요도 다시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강력한(혹은 지나친) 코로나 봉쇄 조치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상하이, 시안 등의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이 봉쇄되면서 올해 1분기 중국 반도체 생산은 3년만에 감소했다. 봉쇄가 길어질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크고 작은 타격이 갈 수 있으며 그래픽카드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중국 시안에는 삼성 낸드 플래시 생산량의 42.5%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 최근 이 도시에 봉쇄 조치가 심해지면서 반도체 수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카드, 필요하다면 지금이 적기
그렇다면 현재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신형 그래픽카드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새로운 그래픽카드의 성능과 가격(MSRP)을 보고 기존 그래픽카드와 비교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지금 당장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급형~중급형 그래픽카드보다 고사양 그래픽카드의 가격 하락 폭이 큰 편인데, AAA 게임을 더 좋은 해상도와 프레임에서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지금이 그래픽카드 구매의 적기라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론, 채굴장에 끌려간 그래픽카드가 신제품으로 둔갑해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팬 날개 뿌리, 기판과 방열판 틈새, 기판 위 부품들 사이에 먼지가 쌓여 있으면 신품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자.
지금 구매하기에 딱 좋은 그래픽카드는?
더 좋은 게이밍 PC를 원하는 게이머는 물론 그래픽 작업, 동영상 렌더링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원하는 전문가에게도 지금은 새 그래픽카드를 장만하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서 유저의 니즈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진 그래픽카드를 선정했다. 가격은 4월 19일, 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다.
보다 뛰어난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원한다면?
GIGABYTE AORUS 지포스 RTX 3080 Master D6X 12GB 피씨디렉트 / 1,299,000원
GIGABYTE AORUS 지포스 RTX 3080 Master D6X 12GB 피씨디렉트가 2월에 처음 출시되었을 무렵의 가격은 2,120,000원이었다. 하지만 이 가격은 4월 19일 들어 1,299,000원까지 내려갔다. 두 달만에 가격이 40% 가까이 내려갔으니, 1440p나 4K 게이밍을 즐기는 유저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받쳐줄 쿨링 시스템도 우수하다. 총 3개의 블레이드 팬 중첩 설계와 얼터네이트 팬 디자인, 대형 복합식 히트파이프, 스크린 냉각 시스템이 그래픽카드의 내구성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킨다. 그러면서도 쿨링 도중에 발생하는 소음도 낮다.
또한, 1,677만 컬러 조합을 지원하는 RGB 라이트가 적용되었다. RGB Fusion 2.0을 지원하는 AORUS 제품과 동기화하면 더 화려한 RGB PC를 만들 수 있다. 견고한 블랙 메탈 백 플레이트와 사용자 친화적 PCB 디자인도 매력포인트다.
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 환경이 필요하다면?
ASUS TUF Gaming 지포스 RTX 3090 O24G OC D6X 24GB / 2,402,110원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90은 게임뿐만 아니라 그래픽‧동영상 편집 작업이 많은 크리에이터, 전문가에게도 어울리는 그래픽카드다. 이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내려갔다. ASUS TUF Gaming 지포스 RTX 3090 O24G OC D6X 24GB는 한때 가격대가 410만원에 육박했으나 4월 19일 기준으로는 2,402,110원까지 하락했다.
이 그래픽카드는 RTX 30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지닌 RTX 3090에 맞춰 더 강력한 성능과 냉각 기술을 제공한다. 금속 재질의 슈라우드에는 듀얼 베어링 기반 트리플 Axial-Tech 팬이 배치되었고, GPU, 메모리를 위한 독립적인 히트싱크를 통해 발열을 엄격하게 제어한다.
또한, 최상급 초크, MOSFET에 군용 납품 등급의 인증을 충족하는 캐패시터를 사용해 내구성이 좋다. 상단에 위치한 RGB LED는 Armoury Crate를 통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고, 144시간 동안의 검증 테스트도 거쳐 신뢰성이 뛰어나다.
채굴 걱정 없는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갖고 싶다면?
PNY 지포스 RTX 3060 Ti UPRISING D6 8GB Dual LHR 마이크로닉스 / 673,490원
LHR(Low Hash Rate) 기술이 적용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는 채굴 성능이 낮기 때문에 채굴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PNY 지포스 RTX 3060 Ti UPRISING D6 8GB Dual LHR 마이크로닉스는 한때 가격이 190만원대까지 상승했지만 4월 19일 들어서는 673,490원으로 매우 저렴해졌다.
엔비디아 파트너사 PNY가 제작한 이 그래픽카드는 90mm 듀얼 팬으로 발열을 빠르게 해소하고, 더 넓어진 통풍구로 그래픽카드 내부의 공기순환을 원활하게 했다. 또한, 내구성이 좋은 알루미늄 백플레이트로 그래픽카드 변형도 막았다.
최신 DP 1.4 포트 2개에 HDMI 2.1 포트도 2개나 탑재되어 다수의 디스플레이와 연결이 수월한 것 역시 장점이다. PNY 전용 소프트웨어인 VELOCITY X를 사용하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그래픽카드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부담 없는 엔트리급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원한다면?d
INNO3D 지포스 RTX 3060 OC D6 12GB TWIN X2 / 534,540원
일반 게이머에게 가장 적당한 성능을 지닌 그래픽카드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60이 있다. INNO3D 지포스 RTX 3060 OC D6 12GB TWIN X2는 작년 12월 들어 가격이 90만원 중반대를 기록했으나 4월 19일 들어서는 534,540원까지 낮아졌다.
이 그래픽카드는 낮은 팬 속도에 최적화된 90mm 듀얼팬으로 쿨링을 위한 풍량을 극대화했다. 온도에 따라 쿨링팬이 자동으로 작동/정지하는 0db 제로팬 기술도 적용되어 더 정숙하게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CNC 공정을 적용한 4개의 히트 파이프, 내구성을 강화한 백플레이트 디자인, 고품질 컴포넌트 PCB를 통해 오래오래 그래픽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INNO3D TuneIT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간편하게 그래픽카드 오버클럭이 가능하다.
가성비 좋은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교체하고 싶다면?
XFX 라데온 RX 6600 SWFT 210 CORE D6 8GB / 404,760원
가격 대비 높은 성능 덕분에 가성비 그래픽카드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라데온 그래픽카드도 저렴해졌다. XFX 라데온 RX 6600 SWFT 210 CORE D6 8GB는 10월 말 81만원대까지 상승한 이후 서서히 가격이 하락하더니, 4월 19일에는 407,760원까지 내려가 가성비가 더 좋아졌다.
RX 6600을 비롯한 라데온 RX 6000 시리즈는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와 함께 사용하면 더 강력한 게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스마트 액세스 메모리를 통해 CPU가 그래픽 메모리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프레임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그래픽카드는 100mm 듀얼팬으로 최적화된 쿨링 성능과 저소음 환경을 제공하며, 솔리드 백플레이트가 발열을 최소화하는 한편, PCB 기판이 휘어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블랙 컬러의 심플함에 고급스러운 디자인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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